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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석면해체 ‘분리발주’ 논란
등록일자 2010-04-09 09:04:51.0 조회수 0
석면해체 ‘분리발주’ 논란
‘재하청ㆍ덤핑으로 부실공사’ 주장
건설업계ㆍ국토부, 행정규제 불과


석면을 해체ㆍ제거하는 공사가 전문업체에 바로 맡겨지지 않고, 기존의 일반공사로 발주되면서 재하청과 덤핑에 의한 부실공사가 만연하고, 이를 전문적으로 감독할 수 있는 감리제도가 없어 불법, 탈법공사를 방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환경부는 3월31일 입법예고 한 ‘석면안전관리법’을 통해 재개발ㆍ재건축 사업장주변의 환경관리를 위해 시장ㆍ군수ㆍ구청장에게 석면 비산 측정 및 공고 의무를 부여하고 허용기준을 초과했을 시 작업 중지를 명하도록 하고 있다. 동시에 일정규모 이상의 석면해체작업장에 ‘석면해체작업관리인’을 두도록 해 허용기준 준수 여부를 점검한다. 그러나 석면해체업체들 및 시민단체들은 이 법안만으로는 석면피해를 차단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성순, 신영수, 김상희 의원실이 주최하고 전국석면환경연합회, 한국석면환경협회, 한국석면추방네트워크가 주관한 ‘석면해체·제거공사 분리발주 및 감리제도 도입을 위한 국회 정책토론회’에서 참가자들은 하도급으로 인해 원가절감을 위한 날림공사로 이어지고 있으며, 근로자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에게도 피해를 끼칠 수 있는 현행 제도를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전국석면환경연합회 회장인 안종주 박사는 개회사를 통해 “석면해체ㆍ제거업계에서 해결해야 할 가장 큰 문제가 덤핑입찰과 저가공사로 인한 불법부실공사”라며, “안전성이 화두가 아니라 빨리빨리 공사를 하고 일단 공사부터 따내는 것이 화두”라고 현재의 석면해체 현실에 대해 지적했다.
안 박사는 “양심적으로 석면해체제거 작업을 하고 싶어 하는 업체들이 건실하게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면서 “각기 입장이 서로 달라 결론을 내리지 못하더라도 이러한 정책토론회를 계기로 늦어도 올해 안으로는 분리발주와 감리제에 대한 결론을 내려, 근로자와 시민들이 석면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자”고 말했다.

건설폐기물 분리발주 좋은 사례

주제발표에 나선 한국석면환경협회 구기영 이사장은 “건축물의 철거공사 시 석면함유물질의 해체ㆍ제거공사는 일반철거공사와 분리발주 돼야 하도급, 저가공사로 발생하는 문제점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제도적 개선방안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우선적으로 표준품셈이 공급돼야 한다. 분리발주를 해도 저가의 공사비로 산정된다면 분리발주 의미가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구 이사장은 “건설폐기물의 경우 처리용역에 대한 분리발주 제도를 시행해 폐기물의 발생, 처리량의 획기적인 절감 및 순환골재 생산으로 재활용하고 분리발주를 통한 건설폐기물의 적정처리 비용을 발주시 반영하고 있다”면서 “적정 이윤 보장, 배출자 신고제도 개선 등 폐기물의 재생과 재활용에 크게 기여해 현재는 분리발주 제도가 정착된 우수 사례”라고 말했다.

또한 “현재 석면해체ㆍ제거공사는 노동부의 ‘산업안전보건법’에 의해 등록제를 시행하고 있으나 등록요건에 현행 ‘건살산업기본법’이 반영되지 않아 전문성의 결핍은 물론, 영세한 일반사업자가 등록업체로 난립하고 있으며 저가공사 및 하도급으로 인한 문제로 관련 법령 준수는 기대조차 하기 힘든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분리발주에 대한 건설업계와 국토해양부의 입장은 부정적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정책연구실의 최민수 실장은 “석면해체제거는 구조물 해체공사의 일부이며, 따로 분리하기 어렵다”면서 “현행 건설업등록체계를 부정하는 것이며 하자보수시 책임소재가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공사비 증가와 공기 지연이 불가피하며, 행정력의 낭비를 초래하고 발주자 및 원도급자의 재량권을 저해하는 행정 규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석면해제공사가 부적정하게 시행되는 근본적인 이유를 비용문제라고 보기 어렵다며 “만약 비용이 문제라면 적정 산정 기준을 마련하고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한 석면해체제거 용역업체와 적정금액에 계약하도록 행정지도를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며 “별도의 석면관리업종을 독립시킬 당위성이나 필요성은 인정되지 않는다”며 분리발주에 대한 반대입장을 확실히 했다.

또한 국토해양부 건설경제과의 이문기 과장 역시 “국가계약법 체계에서 통합발주가 원칙이다, 하도급이 문제라면 20개가 넘는 나머지 전문업종에서도 같은 문제가 발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석면 역시 많은 건축 자재 중에 하나이며 과연 이것을 따로 분리해야 할지는 깊은 검토가 필요하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에 대해 (주)우리석면의 황경욱 전무는 “석면해체제거작업을 분리발주함으로써 공기지연이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은 있다”면서 “그러나 이는 분리발주 때문이 아니라 석면의 위해성에 따른 노동부 신고에 의한 필증 발급기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석면해체제거작업의 지휘체계를 석면에 대한 위해성도 인지하지 못하는 도급업체에게 맡기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하도급체계의 특성상 석면해체제거업자는 원도급업자의 뜻에 따라 원가절감을 위해 날림작업 등 품질저하의 시공을 함으로써 석면의 안전한 해체제거가 목적이 아니라 공기에 급급해 벌이는 일반철거와 다름 없는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한 위험한 철거공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노동부 근로자건강보호과 정진우 과장에 따르면 2009년 6월 석면관리종합대책안으로 석면해체ㆍ제거작업의 분리발주제 도입 방향이 제시됐으나 7월 국무총리실 주관 회의를 통해 도입하지 않기로 합의됐다. 분리발주에 따른 업계부담 등을 고려한 것이다. 아울러 국토해양부에서는 이미 3월에 공사 분리발주 지양의 내용을 담은 ‘건설산업선진화 방안’을 보고한 바 있다.

정 과장은 “합리적 적용방안으로 분리발주 도입을 제시한 바 있으나, 적용방안에 대한 실효성 및 검증, 근거 등이 미흡해 2010년 ‘석면해체·제거공사 분리발주 도입에 대한 제도의 실효성 연구’를 실시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석면공사에 대한 감리제 도입 필요성도 제기됐다. 건축이나 전기공사, 통신공사, 소방분야 등은 전문성을 인정 받아 감리제를 도입하고 있으며, 이는 생명이나 안전과 직결되고 있기 때문이다. 석면해체ㆍ제거 역시 근로자는 물론 일반 주민들의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는 특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철저한 공사감독과 감시, 관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현재 석면해체ㆍ제거작업 관련 감리제에 관한 법적 의무규정은 없으며 다만 ‘건축물 석면관리 가이드라인(2009년 4월, 환경부)’에서 건축물 소유자 등은 석면 및 석면해체ㆍ제거 작업 관리·감독자로 지정해야 한다’며 고려사항으로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전국석면환경연합회 안종주 회장은 “2009년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으로 석면해체ㆍ제거업체 등록제와 조사·분석기관 지정제가 도입됐지만 오랜 하도급 관행과 불법·부실 공사로 인해 별도의 공사업종이 아닌 ‘청소용역’ 수준의 취급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안 회장은 “아직 국내에 적절한 석면감리교육 과정이 없어 건축감리자격자가 18시간 교육을 받고 현장에 투입되거나 대학교수들이 교수라는 신분을 활용해 상당한 돈의 감리비용을 받고 감리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특히 바쁜 현직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감리를 맡겨 이들이 다시 전문성이 떨어지는 사람에게 대신 맡기는 등의 편법감리를 바로 잡기 위해서는 감시할 수 있는 제도적 규제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환경부는 석면공사 감리제도 도입을 위해 ‘석면안전관리법’을 제정 중에 있다. 환경부 생활환경과 안연광 사무관은 “석면해체작업 감리(관리)제 도입을 위해 ‘석면안전관리법안’을 올해 안으로 제정할 예정”이면서 “4월에 노동부 국토부 등 부처간 협의를 거쳐 입법예고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한국석면추방네트워크 최예용 집행위원장은 “분리발주와 감리제도가 모두 필요하지만 어떻게 해야 실질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에 대해 이미 경험을 가진 서울시와 대형업체들의 사례를 연구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 위원장은 “실질적인 제도를 만들지 못하면 옥상옥 역할밖에 하지 못한다. 감리자가 철저한 감시를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날림공사를 조장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객관적인 감리제도가 필요하다”면서 “감리자가 공사장 내부 뿐만 아니라 석면 비산으로 인해 지역 주민들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제도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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